중국 대학가에 ‘영어광풍’이 불고 있다. 토플이나 토익 등 영어자격시험을 보려는 학생들로 영어학원들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가 하면 영어관련 출판물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 같은 바람몰이 와중에는 항상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 전설로 회자되게 마련. 지금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선 피나는 노력으로 만점에 가까운 토플점수를 받은 한 주방장의 인생역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소개된 칭화대학 주방장의 ‘영어완전정복기’를 소개한다.
670점이 만점인 토플시험에서 630점을 받기란 중국의 명문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명문대 학생도 아닌, 명문 칭화대 학생식당 주방장에 ‘불과한(?)’ 장이용(29)은 마수걸이로만 630점을 훌쩍 넘기는 이변을 낳았다.
하루 세번 학생들을 위한 음식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을 이 젊은 주방장은 어떻게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성공사가 그렇듯 그 같은 결과는 기적이 아닌, 인내와 강한 의지의 산물이었을 뿐이다.
장시성의 외딴 산골마을 출신의 장은 고등학교 시절 대학진학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고교졸업을 1년 남짓 앞두고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학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눈물을 머금고 가족부양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 잘못 만나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한다”며 슬피 우는 어머니를 겨우 달래놓고서야 집을 등질 수가 있었다.
광저우에 있는 한 대나무 가공공장에 취직한 그는 생산물량 전부를 수출하는 회사의 성격상 영어로 도배되다시피한 작업환경에 놓이면서 영어와 처음 조우하게 된다.
일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어느날 공장에 찾아온 외국인 바이어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중국인 통역사를 보면서 무언가 모를 뜨거운 것이 몸속 깊은 곳에서 요동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21살이 되면서 삼촌의 도움으로 칭화대학 학생식당의 막내 주방장으로 취직하게 된 그는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시기심이 교차했지만 어느날 문득 ‘아직 늦지 않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8∼9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는 격무속에서도 일과가 끝나면 책을 보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피곤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격무에서 오는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입 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물을 마셔대는가 하면 벽에 “청춘의 사전에 실패란 없다”는 격언을 붙여놓고 스스로를 담금질해갔다.
교내 영어수업 도강까지 마다않을 정도로 극성스런 그였지만 ‘말하기’의 벽은 생각보다 너무 높기만 했다.
어느날 무심코 칭화대 잉글리시존을 찾은 그는 자신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한 학생에게 한마디 대꾸를 못하면서 심한 좌절감을 얻지만 그 학생에게서 “당신이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당신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란 격려를 듣고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는다.
이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잉글리시존을 찾기 시작한 그는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닥치는대로 붙잡고 말하기에 대한 감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영어로 말하기 역시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면서 “양치질을 하려면 일단 입을 벌리는 것처럼 영어 말하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밥을 떠주면서도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그는 금세 학교의 ‘명물’로 떠올랐고 덕분에 그의 배식창 앞에는 ‘식사’와 ‘영어공부’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대학생들로 넘쳐나기 일쑤였다.
이 같은 유명세 덕분에 그는 결국 대학 급식부 직원들의 영어교육을 총괄하는 선생님으로까지 위촉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뛰어난 토플 점수로 베이징대학 국제무역학과에까지 입학하게 된 그는 졸업후 외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 장은 “영어는 단순한 언어 그 이상”이라며 “ 내게 무한한 기회와 많은 친구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선사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