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칭화 대학 강연… "편안하고 유머감각 뛰어난 대통령 만나 즐거웠다"
2003/07/13 09:41
중국을 방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7월 9일 오전 칭화(淸華)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21세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노 대통령은 칭화대학 학생들에게 "이곳에서 '사귈 만하다'라는 유행어가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으며 자신도 칭화대 학생들과 사귀기 위해 이곳에 왔노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강연에 참석한 400여명의 칭화대 학생들 중에는 두 달여의 긴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가기 위해 준비했던 기차표도 물리고 참석한 학생들도 많았다.
고향이 저장(折江)성인 화공과의 위엔(袁)양은 "비록 고향 가는 길이 조금 늦어졌지만 편안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한국 대통령을 만나 너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중국과 한국 두 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 유익하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자신의 관심 분야인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강연 내용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칭화대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노 대통령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많은 학생들은 노대통령이 김치에 대해 언급하던 도중 갑자기 김치 냉장고 이야기로 학생들을 웃게 만든 재치를 꼽았다.
또한 캐나다 트뤼도 수상이 경호원 몰래 나이트에 갔다가 경호원에 붙들렸다는 내용의 책을 읽었다는 노 대통령이 자신도 한 번 시도해보려고 경호원의 눈을 피해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 했었다는 말에서 노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느낄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한국이나 노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정보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은 남북통일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다소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남북한 국민 서로가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 경제가 우리 경제 수준과 비슷하게 성장한 후에 통일을 해야 한다" 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혼란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두번 째 질문을 했던 건축공학과 왕(王)군은 "중국도 대만과 통일을 해야 하는데, 만약에 노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 강연에는 40여명의 한국 유학생들도 참석하였는데 노 대통령이 서툰 중국어로 칭화따쉬에(淸華大學), 장이모(張藝謀), 공리(鞏莉), 리밍(黎明) 등을 읽어가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중국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중국 지도자 중에 "누구를 가장 존경하냐"는 조금 난처한 질문에 존경하는 사람은 죽었거나 은퇴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미리 규정하고, 문득 발음이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노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오저뚱(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이지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두 분이 시대를 나누어서 무거운 짐을 나누어진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말해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강연이 끝나고 한국 유학생들은 학생들의 질문 내용을 통역사가 제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못해서 대통령의 대답이 다소 미흡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칭화대 법학과의 한 학생은 노 대통령이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합니다"라는 단호한 말투에서 한국정부의 비핵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으며 남북한을 '양국 국민'이란 표현으로 말했다가 다시 '양쪽 국민'으로 고쳐 말하는 것을 보고, 통일을 준비함에 있어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에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함을 알았다고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동북아 번영과 평화에 대한 비전에 대해서는 지나친 낙관론으로 국가별 현실 문제가 다르고 이해가 서로 상충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강연이 끝나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칭화대의 많은 학생들이 노 대통령의 편안하고 재미있는 강연을 듣고 한국이 한층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대답하였다. 어떤 학생은 투명하고 정직한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이 있는 한국이 부럽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노 대통령은 강연이 끝난 후 꾸빙린(顧秉林) 칭화대학 총장으로부터 기념품을 받고 학생들의 큰 박수갈채 속에서 강연장을 빠져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