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시작된 상하이 엑스포에 설치된 각 국가관의 높이는 20m 이하다. 그러나 중국은 63m. 첨단 비즈니스, 신기술, 문화의 국제 경연장인 상하이 엑스포와 이를 통한 중국의 꿈 ‘중화주의’를 살펴본다.
[시사IN 2010-05-10]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생활’을 주제로 내건 상하이 엑스포가 시작됐다.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184일간 진행되는 상하이 엑스포는 세계박람회기구(BIE)가 공식 인정한 역사상 최대 엑스포가 될 예정이며,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상하이는 손님맞이 준비로 바빴다.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속속 개통되고 엑스포 안전을 위해 검문·검색이 강화되는가 하면 관광 명소들도 단장을 마무리했다. 관광지 중 최대 명소인 황푸 강변의 와이탄(外灘)도 33개월간의 공사를 끝내고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192개 국가와 50개 국제기구가 참가하는 상하이 엑스포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성싶다. 상하이 도심 남동쪽에 황푸강 양안을 끼고 조성된 엑스포 단지(5.28㎢)는 시 전체 면적의 1%에 해당하는 광대한 공간에 자리했다. 당초 자그마한 공장과 무허가 주택이 즐비했던 이곳은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예산에 힘입어 국제 비즈니스의 대명사인 엑스포 단지로 변모한 것이다.
관람객 수 또한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측은 외국인 관람객 500만명을 포함해 7000만 인파가 참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던 1970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6400만명)를 능가하게 된다. 지난 4월21일까지 국내 및 해외에서 팔린 입장권은 2500만 장이다. 엑스포 취재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취재 등록을 마친 외국 기자가 1만3000명에 이른다. 조직위는 엑스포 단지 사정과 관리를 감안해 하루 입장객을 60만명으로 제한하고 관람 시간을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정했다.
상하이 엑스포는 첨단 기술과 환경이 조화를 이룬 친환경 ‘녹색 엑스포’다. 엑스포 전시관은 친환경 개념에 기초한 첨단 기술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설계되었을 뿐 아니라, 단지 내에 건설된 발전소는 태양열·풍력·지열 등 천연자원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한다. 아울러 ‘배기가스 제로’를 목표로 전기 및 수소 자동차 등 무공해 자동차를 운용하고 수소 충전소와 태양열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한국관, 중국인이 가장 보고 싶은 국가관 5위
‘에코’ ‘그린’ ‘재활용’ 등 친환경을 콘셉트로 세워진 각국 국가관은 건축 박람회를 방불케 한다. 인공과 자연, 즉 첨단 기술이 자연환경과 어울려 만들어낸 각국 국가관은 자국의 개성이 마음껏 발휘된 미래의 건물을 연상케 한다. ‘동방의 관’이라 명명된 주최국 중국관은 목조 구조가 상징하는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위로 향해 공간이 점차 확장되는 형상을 취해 엑스포의 주제와 중화의 건축 지혜를 대변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모토인 ‘조화’를 콘셉트로 삼아 중국 공학원 하경당 교수가 설계한 이 중국관은 상하이 엑스포 개최 기념으로 영구 보존될 예정이다.
이 밖에 첨단 건축 공법과 상상을 초월한 설계를 자랑하는 유럽 국가관은 단연 돋보인다. 뫼비우스 띠를 연상케 하는 덴마크관, 옥상에 녹지를 조성한 스위스관, ‘건물도 피부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외벽에 금속성 그물 형태의 천을 덧씌워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 독일관 등 다채롭다. 한편 영국은 20m 길이의 아크릴 피복을 입힌 입방형 골조 6만 개를 외벽에 설치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인상의 특이한 건축을 선보인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한국관의 독특함 또한 주목된다. 중국 언론 조사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국가관’ 5위에 뽑힌 한국관은 한글이 새겨진 단청 아트 타일 3만8000여 장으로 외벽을 장식했고, 발광다이오드 조명 4만2000개를 밝혀 야간에 건물이 살아 움직이는 착시효과를 창조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엑스포 유치에서 겨냥한 목표는 무엇일까. ‘중국을 하나로 묶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중국관을 보면 이를 직감할 수 있다. 중국은 참가국의 국가관 높이를 20m 이하로 제한하는 한편 중국관은 63m 높이로 우뚝 세웠다. 이는 엑스포를 통해서 ‘세계의 중심=중국’이라는 ‘중화 의식’을 암암리 국민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른바 미국과 세계 질서를 양분하는 ‘G2’로서 중국의 이미지를 자국민에게 분명히 심어주고 싶은 것이다.
다음 목표는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등극이다. 일본의 선례를 따르자는 것. 일본은 도쿄 올림픽(1964년)과 오사카 엑스포(1970년) 개최를 통해서 일약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경제 성장을 꿋꿋이 유지한 중국은 이번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일본을 넘어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비상할 꿈을 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하이 엑스포가 상하이 GDP의 2.7%, 중국 GDP의 0.1~0.2% 상승 효과가 있으리라 내다보고, 인프라 투자 규모를 감안해 중국 GDP를 1% 끌어올릴 것이라 분석했다.
또 중국은 엑스포를 계기로 상하이를 ‘마이스(MICE) 산업의 글로벌 메카’로 만든다는 야심찬 구상도 갖고 있다. ‘황푸강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인 이 구상에 따르면 엑스포 이후 전시장은 ‘회의·관광·컨벤션·이벤트·전시’의 세계 중심지로 변신하게 된다.
상하이 엑스포는 다양한 볼거리도 예정되어 있다. 우선 엑스포 관람객들은 세계 각국의 국보급 보물들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된다. 프랑스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을 비롯해 폴 세잔，폴 고갱，에두아르 마네，피에르 보나르，반 고흐 등의 걸작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 덴마크는 단 한 번도 해외 반출이 없었던 인어공주 동상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중국 외교관이자 세계인의 귀염둥이 판다도 볼 수 있다.
문화 행사도 풍성하다. 행사 동안 대략 2만 가지 공연이 펼쳐진다. 엑스포 단지 내 공연 센터와 야외 공연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풍물놀이, 콘서트 및 3D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조직위는 엑스포 기간 내내 푸둥 및 푸시 지역에서 매일 5회 카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퍼레이드 행사에는 배우 200명이 로봇 및 미래 도시 모형으로 꾸며진 꽃차 11대 위에서 세계 각국의 노래·춤·패션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쳐낼 셈이다.
신기술도 선보인다. 독일 기술로 중국에서 제작한 시속 500km짜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기부상열차가 시범 운행된다. 또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은 현행 3세대 이동통신보다 10배나 빠른 4세대 이동통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