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라 불릴 만큼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노골적으로 현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세계 각국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위안화 허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위안화 허브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영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국들이 중국 위안화 거래의 중심지가 되고자 기를 쓰고 있다.
위안화 허브는 중국 역외에서 위안화 자금을 조달하고 필요할 경우 위안화 신용 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 제도와 시스템을 뜻한다.
세계 각국은 중국과의 협력 강화 및 보유 외화 다변화를 위해 위안화 허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은행간 자금결제통신망(SWIFT) 통계에 따르면, 세계 결제통화 중 위안화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17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2010년 1분기 0.4%에서 지난해 말 약 9%로 급증하는 등 근래 들어 위안화의 국제화 추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잇따른 양적 완화로 미국 달러화가 힘을 잃은 탓에 위안화 위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중국 역시 국제 금융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역외 위안화 허브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싱가폴, 일본, 대만 등 ‘위안화 허브’ 각축전
위안화 허브를 설립하기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중국과 인접한 홍콩이다. 2004년 시작된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말 6273억위안으로 불어났다.
지난 2007년 위안화표시 채권(딤섬본드) 발행을 허용, 지난해에만 1040억 위안의 실적을 올렸다. 2010년부터는 위안화 펀드 및 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대외 위안화 거래 때 80%가 홍콩을 거칠 정도로 이미 제1의 위안화 허브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 런던은 싱가포르와 제2의 위안화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와 런던을 역외 위안화 허브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외화거래의 중심지인 런던의 장점을 내세운 것으로 교역규모는 2015년까지 1000억 달러로 늘릴 전망이다.
싱가포르도 뒤질세라 위안화 허브 구축에 진력하고 있다.
중국 자산 규모 1위인 중국 공상은행이 지난달 싱가포르에 역외 위안화 비즈니스 센터를 가동한 데 이어 중국 중신집단공사(CITIC)은행도 곧 위안화 금융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밀접한 아시아 내 주요 금융허브임을 내세워 2010년 300억 싱가포르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중동지역의 대표주자로 경쟁력을 띤다.
UAE의 석유는 인도에 이어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다. 결제 대금 중 일부만 위안화로 전환해도 위안화의 국제 위상이 크게 올라가게 돼 중국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UAE는 중국과 54억5000만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교역과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만과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만은 같은 중화권 국가로서 금융 인프라 및 기술 전수 등에 있어 위안화 허브 유치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평한다.
일본은 아시아 최대의 금융 허브라는 것이 장점이다.
아시아 1위의 외화 거래량과 일본 대형은행들의 경쟁력은 막강해 중국 정부도 군침을 흘린다. 지난해 일본 3대 은행의 위안화 거래규모는 1500억엔 수준으로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중국과 함께 도쿄 외환시장에 역외 위안화 거래 센터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또 3월에는 650억위안 규모의 중국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질라”...한국도 위안화 허브 경쟁에 합류
국제금융센터는 위안화 허브 유치가 가장 유력한 곳으로 런던을 꼽았으나, 다른 여러 나라와의 협력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과 FTA 협상에 돌입한 한국도 위안화 허브 유치에 뛰어든 상태다.
다행히 첫 관문은 이미 넘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통화 스와프 규모를 1800억 위안에서 3600억 위안으로 확대했다. 이는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 중 홍콩(4000억위안)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최근에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KIC(한국투자공사)와 국민연금, 한국은행 등에 QFII(해외적격기관투자자) 자격을 부여했다. 이로써 중국에서 주식과 채권을 직접 투자할 길이 마련된 셈이다.
기획재정부도 2012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국내 외환시장의 중장기 구조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안화 허브 육성에 적극적이다.
올해 1월 방한한 양카이성 중국공상은행장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만나 “우리는 세계 1위 은행이다. 한국에 무한정 투자할 수 있다”며 한국 시장에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CJ제일제당 등이 총 60억2000만 위안 규모의 딤섬본드를 발행하는 등 위안화 표시 채권과 위안화 예금 등의 거래도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양국간 밀접한 교역, 상호 투자 증가, 국내은행들의 국제업무 확대 등을 고려해 위안화 관련 비즈니스를 더욱 발전시키고 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